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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 냄비’ 같은 사람, 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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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변호사와 내가 공사 다망하게 함께 한 시간이 결코 짧지는 않다.

예컨대 어느 일간신문의 논설위원실, 참여연대, 역사문제 연구소 등등, 오랜 세월 동안 나는 박원순과 함께 했다. 그러나 ‘그와 함께 했다’기 보다는 실은 ‘그를 따라 다녔다’는 것이 정직한 고백이다. 요컨대 내 자신이 명색이 정치학 교수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그의 환상적인 유혹에 매혹 당해 무작정 따라다녔던 것이다. 그리고 부지런히 뒤쫓아 다닌 것이 결국은 나에겐 큰 행운이었다. 하기야 박 변호사가 ‘지옥에 가자’ 그러면, ‘제일 먼저 따라나설 사람이 바로 나’라고 할 정도로, 나는 그의 신도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실은 내가 그에게서 ‘형님’ 소리를 듣는 선배다.

그런데 박원순은 ‘오래 산 젊은이’다.

아직 팔팔한 나이임에도 그는 지극히 오랜 세월 동안 숱한 유형의 사회적 장애우들과 쉴 새 없이 만나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함께 고민하고 뒹굴어왔다. 아마도 그의 1년은 500일이 넘을 것이다. 하루 서른 시간 이상을 불우한 이웃을 위해 희생해왔다는 점에서, 나는 그가 무척 오래 살았다고 말한다. 아울러 젊고 건강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언제나 참신하고 헌신적으로 몸바쳐 왔다는 면에서 나는 그를 젊은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런 박원순을 나는 ‘솥․냄비’라 부른다.

물과 불은 서로 상극이어서 결코 합칠 수 없다. 그런데 이 물과 불 사이에 솥․ 냄비가 얹히면 어찌될까.

솥․냄비는 서로 섞일 수 없는 물과 불의 힘을 한데 모아 갖은 맛을 내는 음식을 만들어낸다. 이를테면 새로운 생산물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물불을 가리어 그 둘을 조화롭게 엮어나가는 일, 그리하여 또 하나의 새로운 ‘멋진 신세계’를 일으켜 세워나가는 일, 이 일을 바로 솥 냄비가 떠맡지 않겠는가. 허나 솥․냄비는 잘 찌그러진다.

내가 아는 박원순은 퉁탕거림 속에 자신은 끊임없이 찌그러지면서도 두루두루 주위 사람들을 잘 껴안아나가며 새롭고 가치 있는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솥․냄비 인생’을 살아왔다. 스스로 찌그러짐으로써 자신의 존재이유를 덤덤히 펴나가는 솥․냄비, 그런 존재가 바로 박원순 변호사인 것이다. 따라서 그는 물불을 합치는 ‘역설’ 같은 것에서 솟구치는 힘을 얻는다. 그러므로 그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감탄고토’(甘呑苦吐)가 아니라, 정반대로 ‘써도 삼키고, 달아도 내뱉는’ 역설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무척 인덕이 많은 탓에, 주위로부터 실은 시기와 질투를 많이 받는 편이다.

나 역시 기분이 나쁠 때가 적지 않았다. 지금껏 나도 어려운 형편에 처한 주위 사람들을 내 나름대로는 그럭저럭 도와가며 잘 살아왔다고 혼자서는 슬그머니 자부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왜 이다지도 인복이 없는가’ 하고 자탄해마지 않는 오랜 습성에 젖어 있기도 하다. 그래도 공부하는 사람답게 연구와 연구를 거듭하고, 심지어는 철학 교수에게까지 인덕이 과연 무엇이기에 이러한 답답한 현상이 생기는가 하고 자문을 구해보기도 했으나, 종내 깜깜하기만 했다.

그러한 인고의 세월을 보내던 어느 날 우연히 동양 철학 관련 책을 뒤적거리다가, 나는 홀연히 놀라운 진리를 하나 포착한 것이다. 거기에는 딱 한 줄,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인덕은 인품이다>라고. 그때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나의 인덕 없음은 나의 인품 없음의 소산이라는 것을 … .

평소에 내 자신 스스로가 시기와 질투를 아끼지 아니 한 박원순의 풍요로운 인덕은 바로 그의 넉넉한 인품에서 나온 것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박원순은 촌놈이다.

경상도 창녕에서 초․중학교 시절 근 10 여 년 가까운 세월 동안 매일 30리 길을 걸어서 통학했다. 그런 탓에 그는 다리 힘도 세고 건강도 만점이다. 그러나 애통하게도 술을 거의 마시지 못하는 쑥맥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슬쩍 도망치지 않고 함께 하는 술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멍청이이기도 하다. 거의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온갖 술주정을 다 받아낼 뿐만 아니라, - 주로 내가 배달되는 단골고객이긴 했지만 - , 인사 불성된 사람들을 집으로 택배까지 해주곤 하는 일을 혼자 도맡기 일쑤였다.. 게다가 유일하게 맨 정신으로 술자리를 끝까지 사수하는 경우가 많은 탓에, 술 한잔 입에 대지도 않았음에도 술값을 자신이 다 털어 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술 못 마시는 사람들이 온갖 비난과 경멸과 천대를 감수해야 하는 우리네의 술자리에서조차, 희한하게도 박 변호사는 인기가 좋다. 마치 술자리의 성자처럼 대우받을 정도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절박한 개인 사정으로 인해 속절없이 고통과 적막감을 홀로 되씹을 수밖에 없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박원순 변호사가 위로한답시고, 겁도 없이 나를 술집으로 이끄는 만용을 부린 적이 있었다.

그 날은 그도 막걸리 몇 잔을 들이켰다. 곧 그의 낯빛은 수줍음 타는 여학생처럼 불그스레하게 변했다. 제법 ‘크-’ 하고 소리를 내며 잔을 비우더니, 특유의 따뜻한 눈빛으로 말문을 열었다.

“형님, 자신이 깨끗하다 하여 남의 더러움을 기꺼이 포용치 못한다면 그것은 참된 깨끗함이 아니라 결벽증에 지나지 않고, 자기가 옳다고 여긴대서 남에게까지 그 길을 강요하려든다면 그것은 옳음이 아니라 자기도취일 따름이라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합니다. 옆집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데도 나의 꽃밭에 자상하게 물 뿌리는 그런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그 날 우리는 만취했다. 평소에 어눌한 그 답지 않게 거의 열변이라도 토하는 듯했다. 그는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서는 어눌한 사람이었지만, 남을 북돋아주기 위해서는 열변을 터뜨리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는 변화를 추구하는 안정된 사람, 깨끗이 빨아서 잘 다려놓은 손수건 같은 사람이다. 반듯하다.

한마디로 박원순은 힘을 사랑하는 인간이 아니라, 사랑의 힘을 가진 인간인 것이다.

글. 박호성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현대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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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mail-koa1630@hanmail.net
    "인간이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것은 돈이 아니다.
    항상 인간이 추구해야 할 것은 인간이다.
    -알렉산드로 푸시킨-

    박원순은 향기있는 인간이다. 수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전남 광양 김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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