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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의 마지막 밤 - Paddington House의 한국학생들

밤 11시가 다 되어 숙소를 향해 지하철을 탔습니다. 무거운 짐을 낑낑대면서 간신히 탔는데 보니까 엉뚱한 방향의 전철을 잘못 탓지 뭡니까? 갈아타고 목적지인 Paddington역에 도착했는데 이번에는 출구를 잘못 나왔지 뭡니까? 한바퀴를 한참 돌아서 원래의 역입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총기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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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늘 묵을 Paddington House의 집주인이 역까지 마중을 나왔는데 그런 혼란을 겪는 바람에 한참만에야 만났습니다. Paddington House라고 하니까 거창한 건물을 연상하셨지요? 대학생 두사람이 운영하는 민박이랍니다. 반지하로 내려가보니 아니 이게 뭡니까?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올망졸망 수십명이 있지 뭡니까? 2층으로 침대를 만들어 여기 저기 눈만 반짝이고 있는 겁니다. 마치 야전병원 같기도 하고 안쓰럽기 그지없습니다.


처음 내가 나타나니까 아주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아니 저렇게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 이런 데를 어떻게 왔나 했던 것이지요. 더구나 처음에는 내 이름조차 몰랐는데 여기 묵고 있는 학생들 중에 나를 아는 사람들이 있어 인터넷을 찾아보고 더욱 놀랐다고 합니다. 사실 나로서도 놀랐습니다. 제 일정을 봐 주는 신영희씨가 이런데도 한번 자 보라고, 젊은이들과 함께 지내보라고 권유를 해서 왔던 것인데요.

그래도 참 즐거웠습니다. 우선 이 민박집을 운영하는 두 젊은이가 너무 잘해 주었습니다. 원래는 하룻밤 자는 사람에게는 안준다는 독방, 그것도 중정(여기는 반지하라도 한국하고는 달리 건물 한가운데 정원이 설치되어 있어 내가 묵은 방에서 보면 완전한 1층 같았습니다)이 바로 보이는 큰 방을 내주었구요. 혹시 이것 주인들이 자야 하는 방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는 삼계탕까지 끓어주었지 뭡니까? 샤워시설도 괜챦았습니다. 그리고 아침 식사도 부족한대로 먹을만했습니다. 국도 나오고 김치도 나왔습니다. 또 어떤 학생은 그냥 빵이나 켈로그로 때우기도 하네요. 가끔은 특식으로 라면파티도 한다고 합니다. 여행이나 공부로 지친 우리 대학생들이 이런 데 마저 없으면 어디서 지내겠어요? 내가 이 집을 이렇게 선전하면 너무 사람이 몰리면 어떡하나?



맥주 한 캔씩을 앞에 놓고 새벽 1시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래도 참 대단한 것이 모두 이렇게 용감하게 해외를 나와서 관광도 하고 어학연수도 하고 대학도 다니고 있는 것입니다. 이 중에는 런던대학의 킹스칼리지를 다니는 친구도 있고 Royal Academy for Arts(이름이 정확한지 잘 모르겠네요) 대학원에 다니기 위해 온 친구도 있습니다. 쥬얼리 디자인을 공부하겠다는 이 여학생은 어떻게 예술이나 디자인에는 그렇게 장학금이 없는지 한탄하고 있었습니다. 또 잡지사를 그만두고 어학연수를 나온 30대 초반의 젊은이도 있었는데 나중에 영국에 눌러앉을 생각도 있는 모양입니다.

건국대와 성균관대를 다닌다는 두 자매는 휴학을 하고 나왔는데 야무지게 부모님께 돈 안달라고 하겠다고 약속을 하였답니다. 준비해온 돈은 다 떨어지고 할 수없이 어학원 다닐 돈과 여기 지낼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등록금을 빚내 지불했다는 이 두 자매는 등록금이 별로 없는 유럽과 비교하면서 우리나라의 등록금을 많이 낮추면 좋겠다고 열을 올렸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장기 체류하면서 이 쪽에 놀러온 친구도 있고, 직장 그만두고 장기 여행을 하고 있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우리의 젊은이들이 이렇게 고생하면서도 많은 경험을 가지고 무사히 돌아가기를 바라면서 1시가 넘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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