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육을 위해 학부모가 앞장선다
- 순천 송산분교의 경우
면담인사 - 박진환(부장. 5학년담임) /김현진(교과과정총괄.3학년 담임) / 심성식(과학담당.6학년 담임) /김수선(도서관담당.4학년 담임) / 김애란(학부모.운영위원) / 박경미(자모회장)
면담일시 - 2010년 1월 20일 오후 5시
면담장소 - 전남 순천시 별량면 송산분교
‘작은학교네트워크’의 막내를 찾다.
완주에서 순천까지, 순천 시내에서도 30분이나 더 걸려 도착한 별량면 송산분교. 분교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2층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교무실에는 대여섯 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미리 요청한 것도 아닌데 여러 선생님과 학부모들까지 모여 있었던 것이다. 자리에 앉자 박진환 부장교사가 “송산분교는 제일 늦게 걸음마를 시작한 곳이다. 작은학교네트워크의 막내인데 왜 여기까지 오셨나?” 고 반문하였다. 그러나 막상 본 인터뷰가 시작되자 우리가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속속 드러났다.
‘작은학교’ 마다 시작된 배경이 다 달라요. 송산분교가 주목받는 것은 아마도 교사 한두 명이 아니라 학부모와의 귀한 만남을 통해서 시작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순천에 있는 대안학교인 평화학교에서 일반학교로 진학하는 아이들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공교육 속에서 마음대로 뛰어노는 학교가 지역에 필요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시작되었죠. 2007년 9월에 몇 명의 교사와 학부모들이 처음 모였어요. 9월에 만나 그 다음해 3월에 결행할 수 있었던 것은 평화학교가 있었고 기존에 대안학교가 주변에 있어서 공교육을 고민하는 학부모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말하자면 학부모들 중 이미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내며 교육의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는 분도 있었고, 동시에 대안학교의 단점을 아는 분들이 공교육 안에서의 대안적 교육을 추구하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다른 작은학교와의 차이점이라는 것이다.
논의가 진전되면서 이들은 교육적 실험을 할 거점학교를 찾고 동시에 그곳으로 전학 올 아이들을 찾았다. 이들은 순천에 여러 학교가 있지만 본교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였다. 본교는 업무가 너무 많아 교육과정에 투자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2008년 3월 재학생이 11명밖에 없어 폐교 위기를 맞았던 송산분교를 찾아냈다.
송산분교가 최종적으로 낙점이 된 것은 본교의 교장선생님이 분교에서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용인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반드시 이 학구에 거주하지 않고 시내에서 등하교 하는 것을 허용해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송산분교 주변 자연환경이 너무 좋아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최적의 학교였고, 다른 분교와는 달리 2층 건물을 갖고 있어 공간의 활동도가 높아 다양한 활동을 하기에 적합하고 보았다고 한다. 이제 실험을 해 볼 학교도 정해졌고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학부모들도 모였다.






좋은 아이로 키우려면 송산분교로 가라
2008년 새로운 교육적 실험이 시작된 지 3년이 되지 않아 이 학교의 재학생이 108명으로 늘어났다. 작년에는 학교에 다닐 아이들을 선출하기 위해 추첨까지 했다고 한다. 지역에서는 목욕탕, 미장원에서 입소문이 나기 마련이다. 삽시간에 송산분교의 교육과정이 좋고 선생님들이 훌륭하다는 소문이 순천 일대에 퍼져나갔다. 원래 순천은 교육도시라고 불릴 만큼 교육에 관심이 많다. 더구나 순천 시내 지역에 대규모의 큰 학교가 밀집되어 있어 학부모들끼리 정보교환이 빠르다고 한다.
송산분교로 전학을 오는 아이들은 두 부류가 있다고 한다. 큰 학교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학부모가 새로운 교육 철학에 동의하여 아이들을 보내는 경우이다. 송산분교 선생님들은 좋은 교육에 가장 적절한 학급당 인원수는 20명이라고 본다. 그런데 현재 학교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기자들까지 생겨났다. 선생님들은 학교의 실상이 왜곡되거나 과장된 측면도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PD수첩에 언급된 후 많은 문의가 왔는데 그 중 두 가구는 실제로 서울에서 순천에 이사를 왔다고 한다. 이사를 왔다는 계약서를 보여주며 아이들을 전학시켰다. 그만큼 방송의 영향력이 크다는 사실과 좋은 교육을 바라는 학부모들의 열망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심성식 교사는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교사로서 죄의식을 느낄 때도 있다고 말한다.
교사로서는 작은학교에 오려는 부모들이 많은 것을 보고 얼마나 공교육에 많은 문제가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 깊은 자괴감이 들어요. 현재의 공교육의 문제를 말해주는 반증인 것이지요. 오히려 저희들에게 큰 괴로움이지요. 작은학교의 성과는 공교육에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가 아니겠어요?






허용적? 주인? 사람? 동등한 인격?
도대체 이 학교의 무엇이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몰려오게 만드는가?
그 질문에 대해 선생님들이 번갈아가며 이야기의 꼬리를 자르고 나섰다.
“학교 분위기가 아이들을 허용적으로 바라보자. 이런 것이 차별성이 아닐까 싶어요”(박진환)
“아이들이 학교의 주인이다, 아니 아이들도 사람이다. 뭐 이런 철학이 있었지요”(김현진)
“아이들도 동등한 인격이다. 이런 걸 우리가 믿고 실천하는 것이지요”(심성식)
“기존학교와 비교해서 좀 더 자율적이고 허용적으로 아이들을 바라보자는 것이 학부모로부터 인정 을 받는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심성식)
어느 이야기나 모두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을 보다 더 인간적으로 대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학교에서 고통스럽고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자는 생각이 모든 교육철학과 교육과정의 기반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쉬지 않는 토요일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 날은 선생님들과 아이들 모두가 외부에 나가 체험학습을 즐긴다. 순천에서 기른 우리 밀을 가지고 과자나 떡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갯벌에 나가 생태체험을 하기도 하고, 텃밭을 가꾸어 야채나 고구마를 직접 길러 먹기도 한다. ‘토요일 프로젝트’ 라고 불리는 이 학습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교과서에서 머리로 배우는 학습이 아니라 몸으로 체험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배우는 것이다.






학부모, 아이들이 교사와 함께 교육의 주체로 서다.
송산분교는 학부모가 교육의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고 동시에 주체로 선다. 다른 어느 학교와도 차별성을 가지는 핵심이다. 작은학교로서의 재출발이 시작되는 과정에서부터 함께한 것이 그 후 학교의 운영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사들과 학부모와의 만남이 한 달에 한 번 있을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끼리도 모임을 갖는다. 이런 모임에서는 학부모들을 위한 교육도 하고 학교운영에 대해서도 깊이 논의가 이루어진다. 다른 학교의 경우 단순히 교장이나 교사들로부터 학교운영상황을 전달받고 궁금증을 해결하는 수준이다. 그런데 송산분교처럼 학교의 중요문제에 대해 서로 논의하고 상의한다는 것은 학교를 공동으로 운영한다는 철학이 기초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송산분교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학교의 주인이라 말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자치조직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른 학교에서 학생회, 어린이회라고 불리는 것을 이곳은 다모임이라 부른다. 전교생 108명이 2주에 한 번씩 강당이나 도서관에 모인다. 많은 인원이 모이다 보니 처음에는 조금 어수선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학년을 뛰어넘은 소통이 가능해졌다. 다모임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발언권을 가지고 학교생활에 대해 의논한다. 그 자리에서 그 달에 생일을 맞은 친구들에게 소박한 선물을 전하고 장기자랑을 열어 축하를 해준다.






상이 없는 학교?
송산분교의 또 하나의 특징은 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작년에는 교육청에서 주는 상을 할 수 없이 받은 사례 외에는 전혀 상을 준 사례가 없다. 왜 이 학교에서는 상이 없을까?
아이들의 삶이 어떤 경우에도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직장을 얻기 위해 12년을 보내서도 안 되고 상을 위해서도 착한 일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스스로 공부하고 활동하는 것이 즐거운 것이 되어야 해요. 시상제에 대해서도 여러 고민이 있었어요. 요즘에는 다른 학교에서는 다양한 시상제를 개발했어요. 교과상만 주다가 봉사활동상, 독서상도 줍니다. 시상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평가를 해야 합니다. 독서상을 준다고 하면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할까요? 모든 사람이 그 기준에 동의할 수 있을까요? 그 시상기준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기 마련입니다. 독서록을 잘 만든 아이에게 상을 준다면 모두가 독서록을 만들 것입니다. 시상제가 가진 문제가 평가기준을 만들게 되고 그것은 다양한 활동을 저해하기 마련이죠.
이런 생각 때문에 송산분교는 시상을 위한 모든 대회를 폐지했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실시하는 과학행사, 통일안보행사, 글짓기대회, 환경그림대회 같은 행사들을 학교 교육과정에서 없애버린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 자체로 아이들은 즐거워하고 좋아한다. 선생님이 그림에 대해 칭찬을 해줄 수도 있다. 그런데 굳이 거기에 상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선생님들의 의견이다.
시상제를 폐지한 것에 대해 선생님들의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상을 받지 못하면 내신에서 불리하게 작용해서 외고나 과학고에 입학할 때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송산분교 학구 내에 살지 않으면서 사는 것처럼 위장전입을 해서 입학한 아이들도 있어서 선생님들은 송산분교 졸업생은 장관 못된다고 농담을 한다. 이래저래 불이익을 감수하고 학교에 입학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학부모들은 위장전입이 아닌 실제로 이곳에 이사 오고 싶어 한단다. 그런데 빈집도 없고 집을 지을 공간이 없어 오지 못할 뿐이다. 이 문제에 대해 교육청에 찾아가 진정도 했는데 변화는 없다.
왜 다른 학교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할까?
교육과정을 체험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기획하고 실시하면서 선생님들이 느낀 것은 아이들이 어른보다 더 빨리 배우더라는 사실이다. 발이 쑥쑥 빠지는 갯벌을 어른들은 겁나 하는데 아이들은 두려움 없이 뛰어들고 갯벌 속에서 쉽게 빨리 움직이는 법을 자기들끼리 터득하더라는 것이다. 그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이렇다 할 특별할 것도 없고 어느 학교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다른 학교들은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관리자 마인드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면 사고 나고 문제 생기고 번잡하다는 것이지요, 둘째는 교사의 열정부족이라고 봅니다. 프로그램 기획하고 몸을 놀려야 하고 지역사회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조사하고 귀 기울이고 있어야 하는데 귀찮잖아요. 셋째는 학부모들이 이런 교육을 해달라는 창구가 있음에도 실제로 그런 것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에요. 그냥 중학교 고등하교 대학교 보내면 되겠지 하면서 학교의 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욕이 없어요. 송산에 우리가 들어오면서 함께 갈 교사를 유치하는 것이 힘들었어요. 주변 선생님들께 요청했는데 같이 가서 아름답게 학교를 가꿔보자는 선생님들이 많지 않았던 것이지요. 여선생님들은 가정과 출산 육아 등의 여성의 역할 때문에 온 열정을 학교에 투자하지 못하는 문제를 제기했고요. 한결같이 하는 말씀은 나는 그 학교에 근무하기는 힘들겠지만 우리 아이는 보내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다른 생각과 함께 살아가기
- 같은 학교 교사들의 다른 생각들과의 동거
송산분교에는 학교의 변화를 꿈꾸고자 온 선생님과 일반 전근의 일환으로 오신 선생님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물론 새로운 학교로의 변화에 동의하지 않거나 다른 생각을 가진 교사들도 있다. 인터뷰에 응한 선생들은 그런 분들과 일부 갈등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실토한다. 그러나 이견이 있더라도 서로 인정하며 생활한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실제로 교사인 저로서 반성의 시간이 됩니다. 예전의 나의 모습이 정말 잘못된 것이구나 하는 사실을 인정해요. 그것은 결국 자신을 바꾸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쉬운 문제는 아니지요. 변화는 과거의 부정과 성찰에서 옵니다. 기존의 선생님들의 생각이 ‘옳다’ ‘옳지 않다’가 아니라 그런 새로운 삶의 무게, 삶의 방향에 대해 가치를 부여하고 뜯어고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공교육의 가치가 다양해지고 요구가 많이 달라졌지만 쉽게 교사로서 교육적 가치가 빠르게 변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이미 전교조냐 아니냐의 문제는 아닙니다.
송산분교의 새로운 혁신을 주도하는 것은 전교조 소속의 선생들인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 학교가 전교조선생들의 학교로 알려지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것인데 마치 전교조가 판치는 학교로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보자는데 동의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좋다고 이들은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들에게 지금 조금 고통이 있더라도 그 과정을 통해 실력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교사들이 있다. 이에 반하여 아이들이 현재 그 자체로도 행복하다면 미래를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작은학교네트워크>의 취지이다. 이 두 가지 다른 견해가 행사나 수업에 충돌되기도 한다. 서로 다른 의견이 있어 아예 사업을 포기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생각이 서로 달라도 동거는 불가피한 것을.
아이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보자는데 동의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좋다고 이들은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다.
대안교육과 공교육의 사이에서
- 한 학부모의 실존적 고뇌
이번에는 박경미 자모회장이 나섰다. 이미 설명한대로 송산분교는 교사보다는 학부모가 많은 준비를 한 학교이다. 박경미 회장은 평화학교에 아이를 보내다가 이곳으로 왔다고 한다.
일반학교가 싫어서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냈는데 안 맞았단다. 대안학교의 특징이 자율성인데 문제는 그 속에서 아이들이 너무 풀어져 있었단다. 수업방식 역시 식상했고 더구나 아이가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되는데 중고등학교를 일반학교로 진학하는 경우 학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성식 교사 역시 평화학교 학부모이기도 하다. 교사로서가 아니라 학부모로서 그도 실존적 고민을 한다.
나도 공교육에서 교사로 있으면서도 이건 아니다 싶어 내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냈어요. 사실 공교육 교사로서 딜레마를 느끼지요. 평화학교와 같은 미인가학교의 경우 학력 인정이 안 됩니다. 그렇다고 대안적 상급학교로 가려고 해도 마땅하지가 않습니다. 대안중학교, 대안고등학교가 순천에는 없어요. 타지로 가는 수밖에 없다 보니 중학교 진학할 때 아이들에게 선택의 폭이 줄어들어요. 부모로서는 대단히 부담스럽지요.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학교를 계속 다니는 데 대한 부담감인 것이죠.
좋은 선생님 만나도록 100일 기도를 한다.
- 한 아이의 문제가 그 아이와 그 학부모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애란 학부모 역시 공교육의 문제를 절감하고 이 학교로 왔다. 아이의 변화를 금방 느낄 수 있었고 아이의 변화를 보면서 이 학교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자신도 학부모 입장에서 지옥에서 천국을 온 느낌이라고 한다.
일반학교에서는 촌지문제 때문에 학부모들이 고민이 많아요. 일반학교에서는 어느 선생님을 만나는가 하는 것이 로또라고들 말해요. 좋은 선생님 만나게 해 달라고 백일기도 들어간다는 말도 있어요. 우리 딸은 주장이 있을 때 말을 그대로 하는 편인데 고리타분한 선생님은 타박을 준대요. 시험을 본 다음 선생님으로부터 꾸중을 듣거나 힐난을 당하기 때문에 시험결과에 아주 집착을 하더라고요. 결정적으로 생각한 계기가 있었는데요. 어느 날 문방구 앞에서 병아리를 500원에 팔고 있었어요. 병아리와 함께 다른 아이는 먹이를 사는데 어떤 아이 하나는 먹이를 사지 않더라고요. 그리곤 병아리를 자전거로 밀어 죽였어요. 아이들의 긴장감이나 스트레스가 그 정도로 심각한 거예요. 다른 학교를 찾아 떠나려 할 때 송산학교를 발견했답니다.
처음에는 송산분교의 모습이 마치 폐가 같았다고 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부모님들이 아이를 이곳에 보내도록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학거리가 꽤 먼 학부모들도 이곳을 선택했다. 학부모님들은 그 선택이 옳았음을 이렇게 설명했다.
딸이 이 학교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여기서 다른 곳으로 전학시키면 나 학교 안 다닐 거야!” 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경쟁하려는 태도도 강했어요. 그런데 아이들 하고 신나게 놀면서 4학년 한 학년을 보낸 다음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놀란 것이 숙제를 하면 3-4부씩을 해 가는 거예요. 왜 그러느냐 했더니 우리 딸이 “00는 컴퓨터가 없고, 00는 컴퓨터는 있는데 인터넷이 안돼. 그래서 내가 여러 개를 해 가는 거야.” 라고 했어요. 학습의 준비물도 다른 친구들 것까지 여러 개를 가져가고요. 거창한 교육이념보다 아이가 이렇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확신을 가졌어요. 아이가 이렇게 나눌 생각을 한다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보통의 학교에서는 어느 아이의 문제가 해당 학부모나 그 학생 본인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는 그 아이, 그 아이의 학부모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학부모와 교사들도 모두 함께 고민을 해결하도록 노력한다.
어느 6학년 아이가 고학년임에도 불구하고 성격이 너무 소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어머니들이 등하교길이나 아이를 마주칠 때마다 “우리 회장님, 우리 회장님” 하며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후 아이는 소심한 성격에서 벗어나 발표력도 늘어나고 6학년으로서의 자질과 리더십을 회복하게 되었다.
통제중심의 학교에서 탈출하라
입학상담을 할 때 학부모들이 공교육에 대한 불만을 많이 이야기 한단다. 주된 이유를 살펴보면 무엇보다도 첫 번째는 아이가 하나의 인격체로서 대우받지 못한다는 것에서 오는 불만이다. 담임선생님과 아이의 갈등, 담임선생님과 학부모 사이에서도 갈등이 생기기 마련인데 30명이 넘는 교실에서는 그 갈등을 해결하기가 힘들어 일단 통제 중심으로 교실이 돌아간다. 그래서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 개별적인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한다. 두 번째는 아이가 너무 장난이 심하거나 폭력적이거나 소심해서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공교육에서는 이 문제를 아이 개인의 문제로 보고 해결해 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외의 이유로는 답답한 도시환경이 아닌 농촌의 자연환경 속에서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결국 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아이 삶에 변화를 주고 싶어서 송산분교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학교의 선생님들은 우리가 남다르게 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주장한다. 단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지 않을 뿐이고 아이들 나아가 학부모들과 인격적 관계를 맺고자 하는 것 뿐” 이라고 말한다. 학부모들이 가진 기대감은 참으로 소박한데 그 소박한 바람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오늘의 공교육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
운동장에서 노는 형태가 달라진다.
송산분교에서 일어난 변화는 운동장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운동장에서 놀 시간을 주면 처음에는 소리 지르고 악만 쓰면 놀았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아이들끼리 그룹을 지어 고무줄놀이, 오재미놀이 등을 하며 놀이문화가 형성되었다.
서울에 체험학습을 가면 보통 오랜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송산학교 아이들은 놀이도구가 없더라도 손장난도 하고 맨몸으로도 자기들끼리 잘 논다. 그런데 다른 학교 아이들은 그것을 쳐다만 보고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몰라 지루해한다. 인위적인 교육을 하지 않아도 주어진 자유 시간을 스스로 즐겁게 보내는 방법을 아이들이 터득한 것이다.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아이의 관계를 바로 맺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 일방적으로 요구하면 지속해 나가기가 힘들다. 서로 공평한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와 학부모 사이도 공평한 관계에서 소통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부모가 일방적으로 교사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대우를 해줘야 된다는 태도를 가진다. 이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부모가 수평적인 관계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공교육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교사, 학부모, 아이들의 수평관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송산분교의 교무실은 문턱이 낮다. 교무실에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들어와 냉장고 문을 열어보고 먹을 것이 있으면 먹는다. 어느 때는 아이들이 교무실 소파에 앉아 논다. 아이들은 늘 자유롭고 학교는 평화롭다.
새로움에는 늘 두려움이
교사와 학생이 소통이 가능한 구조가 되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보통의 학교에서는 아이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니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항상 아이와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타인에 불과하다. 아이가 이상한 행동을 하면 ‘이상한 아이구나.’ 라고만 생각하고 이해하고 도움을 주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학교의 문제점은 순천의 아파트 밀집지역 학교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는 두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그때 먼저 걸어간 사람들이 있어 용기를 얻고 걸어갈 수 있었다. 송산이 있기 전에 남한산초등학교가 있었다. 남한산초등학교가 작은학교의 첫 모델인 것이다.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같은 꿈을 꾸면서 지역공동체활동을 한 선생님들이 있었다. 이런 실험이 성과를 내면서 자연스럽게 <작은학교네트워크>는 늘어날 것이다. 작은학교 교사들뿐만 아니라 큰 학교에서도 자신의 생각대로 고군분투하는 선생님들도 있을 것이고 그 반 아이들은 행복할 것이다.
송산이 출발하면서 여러 교사들이 함께 <전남동부권행복한학교모임>을 만들었다. 전남 여수, 순천, 광양지역의 교사들이 2주일에 한 번씩 <작은학교>의 철학과 가치를 세우고 교육과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그 모임에서 2010년에 송산분교장으로 전입을 희망하는 교사를 물색하고 배려하는 작업도 진행되었다. 송산분교의 모델이 여수, 광양 등에서도 생겨나야 하고 그런 일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좋은 교사들이 계속 배출되어야 한다. 이 모임은 바로 그런 변화를 모색하게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교육정책 쓰나미 -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
자율학교, 전원학교, 미래형교육과정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정책은 이명박 정부가 올해 내놓은 교육 정책안이다. 교육 일선에 있는 교사들은 이것을 ‘정책의 쓰나미’ 라고 말한다. 남한산초등학교와 거산초등학교의 사례를 기초로 만든 정책이 전원학교 정책이라고 교육부 직원은 설명한다. 학부모의 호응을 받고 아이들이 학원에 가지 않고도 교육적 성과가 나는 이 사례를 정책에 반영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정책들이 실제 학교현장에서 실현이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적 가치, 철학이 중요하고 학교 관리자가 어떤 마인드로 학생, 학부모, 교사를 보느냐가 중요한데 그것은 고려하지 않고 외형적인 모습만 반영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송산분교가 새로운 교육지원사업에 신청을 하려 했는데 분교라서 신청자격이 되지 않았다고한다. 본교는 신청을 할 수 있는 형식적인 자격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이럴 때 본교 운영자가 분교에게 자율권을 주면 분교는 학교 운영에 있어서 자율성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것들이 학교 관리자가 누구냐에 따라 좌우된다. 교사들은 분교에서 근무하지만 본교에 얽매일 수밖에 없다. 자율성도 제한적이고 예산지원도 거의 없다. 교육적으로 투자할 시설이 많은데 분교에는 거의 투자 하지 않는다. 더구나 전원학교 등의 정책을 해보려면 분교와 함께 본교도 해야 되는데 본교에서는 원하지 않는 선생님들도 많아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송산분교는 학부모와 더불어 본교 승격운동을 하고 있다. 분교가 장점이 많다고 보았는데 이런 단점도 있어 본교로 승격하려는 것이다.
최종적인 큰 힘은 아이들과 학부모들로부터 나온다고 선생님들은 믿는다. 남한산초등학교의 경우 새로운 교장이 오더라도 지금의 교육체계를 바꿀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학부모들이 의견을 내면 선생님들은 듣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큰 학교일수록 이런 것들이 어렵다. 학부모가 의견을 제시하기보다는 학교 측 이야기를 듣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소통이 이루어지려면 학교 규모가 일정 크기 이하여야 한다는 것이 송산학교 선생님들의 지론이다. 물론 뜻이 맞는 사람으로 교장을 바꾸는 방법도 있지만 진짜 좋은 방법은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송산분교의 실험이 별량중학교로도 이어져
참 반가운 소식은 송산분교의 이웃학교인 별량중학교도 작은학교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작은학교> 실험은 초등학교에서 이루어졌다. 문제는 <작은학교>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진학할 <작은학교> 중학교가 없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별량중학교의 변신은 송산분교 졸업생들에게 행복한 미래를 선물해 줄 것이다.
2008년 9월 정도에 별량중학교에서 <작은학교>실험을 해보자는 논의 모임이 시작되었어요. 우연한 기회에 만나서 10여 명의 교사들이 모여 초등학교에서 어떻게 <작은학교>가 운영되느냐는 논의를 나누면서 대화가 되었어요. 초등학교에서 가능하면 중학교에서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합의했지요. 중학교 사례는 다른 지역에서도 모델이 없어요. 중등선생님들의 경우 교과목이 따로 있기 때문에 어떻게 공동학급을 구성하여 운영할 것인가가 논의의 핵심입니다. 일반학교에서는 담임과 담임을 못 맡는 교사가 있어요. 학급수보다 교사수가 많은 것이지요. 그래서 부담임이라는 제도까지 있어요. 그런데 별량중학교에서는 여러 담임이 한 학급을 운영하는 것이지요. 세 명의 교사가 별량중학교에 전근을 해서 1학년을 상대로 1년간 운영해 보았습니다. <작은학교> 분위기와 마인드 아래에서 자란 평화학교 아이들이나 송산분교 또는 시내 일반초등학교 아이들이 별량중학교로 들어가요. 올해도 두 학급을 편성하였다고 합니다.
별량중학교 학구는 별량초등학교나 그 분교이다. 보통 중학교의 학교 규모가 작으면 교사 한 명이 여러 과목을 가르치게 된다. 올해 학생수가 적은 시도에는 선생님수를 줄여버렸다. 수가 줄은 만큼 여러 과목을 맡아 순회하면서 가르쳐야 한다. 그만큼 교육여건이 열악해지고 학부모들은 이런 중학교에 보내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별량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 다른 학구의 중학교로 가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6학년 2학기가 되면 교실이 훤해질 정도였다. 그런데 별량중학교가 새로운 교육운동을 벌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별량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다른 곳으로 전학을 가지 않고 별량중학교로 진학하고자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바라보는 눈이 다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부담이 중고등학교 가면서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공부하면서도 학업에 있어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그것이 걱정이란다. 아직 그런 경험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선생님들에게는 여전히 새로운 교육실험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아이들이 지금은 재미있게 학교생활을 하지만 나중에 대학 입시에 떨어지면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우학교의 경우는 행복한 학교생활과 좋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우학교는 경제적인 지위, 부모의 가치관, 태도, 아이의 능력 등으로 선별된 아이들로 구성되어 있다. <작은학교> 더 나아가 일반학교에서 어떤 아이라도 자유로운 학교생활을 하고 자신의 삶을 잘 꾸려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는 다짐을 선생님들은 하고 있었다.
벌써 교정에는 어둠이 내리고 손톱달이 저 하늘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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