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지리산을 다녀왔다. 마침 그 다음날 희망제작소가 운영하는 행복설계아카데미 동문회가 하동.구례 등 지리산권역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바람에 하루 일찍 내려와 지리산을 타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리산은 늘 그 자리에 있었다.
지난 여름에도 종주를 했었다. 그러나 지리산은 한번도 같은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지 않았다.
늘 변화무쌍한 경치와 모습으로 자신의 속살을 드러내 주었다.

이번에는 시간이 없어 노고단에서 피아골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했다.
피아골은 단풍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지리산 10경의 하나로 통한다.
노고단에 올라가니 운무가 가득하다. 10미터 앞이 안내다보일 정도로 짙은 운무이다.
하기는 노고단의 운무도 지리산 10경 중의 하나이니 이미 그 1경을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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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여유가 있으니 이번에는 노고단 정상을 별도로 올라보았다. 늘 노고단 산장에서 허겁지겁 올라와 바로 종주코스를 타기 일쑤였다. 자연과 교감하고 즐기기 보다는 어느 목표, 어느 산장까지 가야 하는 강박에 휩싸였던 것이다. 오늘은 가을의 지리산을 즐겨보겠다는 생각에 한참 느긋하다.

지금은 안개 때문에 보이지는 않지만 저 멀리 바다까지 내려보인다고 한다. 곳곳에는 누군가가 쌓아놓은  돌멩이 무덤이 여기 저기 보인다. 그 무언가 소망을 담은 마음들이 저렇게 정교한 탑이 되었다.

오늘 이 산행에는 아름다운커피 신충섭간사가 함께 해 주었다. 갑자기 몇시간 전에 가지 않겠느냐고 권유했는데 만사제쳐놓고 와 주었다. 그는 언제나 듬직한 산사나이다. 산이 좋아 고등학교 독어교사직도 때려치우고 그는 방랑의 생활을 해 왔다. 아름다운가게에 그나마 정을 붙이고 사는데 늘 떠난다고 아우성이다. 언뜻 보면 네팔사람인지 볼리비아 사람인지 구별이 안간다. 공정무역으로 그는 지금 이 제3세계 농민들의 친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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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 삼거리는 한두시간을 걸었는데 벌써 도달하였다. 거기에서는 피아골 방향으로 직하 코스이다. 벌써 먼산이 붉고 노란 단풍으로 채색되기 시작했다. 다음주쯤이면 단풍의 절정에 도달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럴 때에는 단풍반, 사람반으로 변할 것이다. 단풍은 덜 들었지만 그래도 한갓진 것이 더 좋다. 간식을 먹으면서 가까운 나무와 호흡하기도 하고 먼 산의 윤곽을 바라보며 호연지기를 벗하기도 한다.

산을 오르며 내리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광주에서, 순천에서, 대구에서, 부산에서, 안양에서 온 분들이다. 대부분 산악회나 동네 사람들끼리 왔다. 모두들 알아보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피아골 산장에서는 아예 나는 가만히 서 있고 사람들은 바꿔가며 사진을 찍혔다. 모두가 국정원의 제소 이후 변화된 모습이다. 민심이 천심인가. 과거 그냥 목례만 하고 지나갔던 사람들이 지금은 다가와서 위로의 말과 더불어 힘내라는 말 한마디를 보탠다.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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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 대피소에서 하늘아래 첫동네 직전마을까지 3키로미터 가량이 가벼운 트레킹 코스 같지만 좀 길다. 아직 지치지 않아서 그렇지 긴 등산을 한 다음에는 지겨운 코스일 것이다. 1983년 처음 지리산을 탈 때 뱀삿골에서 피아골로 등산을 하면서 거의 새벽 2시쯤에서야 마을에 도착하였다. 그 때는 길을 잃어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서 넘어지고 엎어지며 간신히 살아돌아왔다. 단풍이고 뭐고가 없었다. 나중에 보니 발톱 10개가 다 빠져나갔을 정도였다. 그때 당한 고통으로 지금도 피아골은 '피의 골짜기'의 이미지가 남아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삼홍소를 비롯하여 천하의 절경들이 눈에 다가오면서 그런 기억은 이제 많이 사라지게 되었다. 특히 계곡쪽에 선 나무들이 먼저 단풍이 들었다.

잠깐 동안의 지리산 등산을 통하여 나는 다시 일상의 삶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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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봄님
    27일 날 저도 가지산과 어깨동무하고 있는 운문산을 등반하였는데, 비슷한 시기에 등반하셨네요^^ 숲해설가 여러분들과 함께 한 저는 아침 8시 50분 출발해서 저녁 6시 30분 무렵 하산하였답니다. 이유는...나무 하나하나 이야기를 다 듣고 와서지요. 나무도 층계가 있는 것도 있고, 가지 안에 스펀지같은 게 들어 있는 것도 있고, 씹어먹으면 천연 가그린이 되는 것도 있고-숲해설가 말로는 뽀뽀하기 전에 꼭 씹으면 된다나?-열매 위에 장미꽃 모양으로 벌어진 것도 있고, 팥모양 열매 안에 과일 배 속 모양같은 게 들어 있는 것도 있고...숲으로 들어갈수록 더욱 새롭던걸요.
    그 곳은 심적인 치유뿐 아니라, 아토피같은 병등 여러 질환도 낫게 할 수 있는 종합병원이기도 합니다.

    지리산 등반 이야기를 읽으니 지리산 가고픈 마음이 생기네요.
    잘 읽고 뷰융~~~갑니다.~~~
  2. dreaming girl
    올해도 지리산 등반하겠다고 하시더니 정말 하고 오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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