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20세기의 마지막이자 21세기의 벽두인 2000년에 설립되었습니다. 수많은 비극과 혼란, 그리고 수난의 20세기를 흘려보내며 새로운 세기, 새로운 밀레니엄의 희망을 안고 출범하였습니다. 역사의 찌꺼기가 아직 고여있는 우리 사회에는 부패의 악취와 갈등과 절망의 여운이 짙게 남아있는 시기였습니다. 새로운 세기를 맞으면서도 아직 그 어둠의 터널을 헤어나지 못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그당시 아름다운재단에 모여든 초기 멤버들은 그러한 시기에 소중한 희망의 햇불을 들어 시대의 어둠을 사르는 작은 열망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나눔문화의 확산과 강화 -바로 우리들이 내건 깃발이었습니다. 제도개혁을 통한 민주적 성취에 몰두하고 있는 시민사회의 주류적 경향과는 달리 ‘나눔’을 통한 자아발견과 사회통합이라는 아름다운재단의 구호는 낯설기만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나눔’은 우리에게 낯설고 먼 개념만은 아니었습니다. 전통시대에는 어느 나라, 어느 사회 못지않게 자선과 박애의 관습과 기풍이 사회 깊숙이 퍼져 있었습니다. 감나무에 달린 감을 수확하면서 까치밥으로 감 몇 개쯤은 남겨놓는 것이 우리 선조들의 여유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한 세기의 수난을 온몸으로 당해온 이 땅에 그런 여유는 사라져버렸습니다. 분단과 이념갈등, 전쟁과 가난, 그리고 독재는 아귀다툼과 남을 모르는 이기주의의 광풍을 몰고 왔습니다. 가장 천민적 자본주의의 행태만이 이 땅을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우리의 국력과 경제력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태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슬픔이고 비극이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감히 이런 현상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웃을 생각하는 작은 마음들이 남아 있다고, 작은 나눔의 시냇물이 마침내 나눔의 보람과 사회통합의 도도한 강물이 될 것이라고 우리는 주장했습니다. 1% 나눔 -그것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켐페인이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그 무엇, 월급과 수익, 심지어 자신이 가진 재능마저도 나눌 수 있다고 우리는 주장했습니다. 4천8백만명 국민들이 모두 자신의 이웃을 위해 기꺼이 100개 가운데 하나쯤은 능히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믿었습니다. 1% -그것은 ‘매직 넘버’입니다. 1%는 자신을 바꾸고 마침내 우리 사회를 바꿀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우리의 믿음은 통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주머니를 털기를 꺼려하는 이유는 모금기관이 신뢰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투명성과 책임성이 재단업무와 우리사회의 최고로 절박한 화두임을 알았습니다. 그리하여 자산과 모금액을 장부 통째로 인터넷에 올려놓아 우리의 기부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언제든 그 어디에서든 접근하여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기부자 스스로 웹사이트에 들어와 자신의 기부금액과 사용처를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또한 설치하였습니다. 심지어 간사들의 월급도 모조리 공개하였습니다. 이러한 정책이 망설이고 있던 많은 시민들을 움직였습니다. 1%기부자가 2만명을 넘어서고 그 누적 모금금액도 60억여원에 이르렀습니다. 영원히 기금으로 남아 우리 다음세대를 위해 넘겨질 돈도 현금과 주식을 포함하여 250억여원에 달합니다. 엄청난 돈입니다. 우리가 아름다운재단을 처음 발기할 때 예상하지 못한 일입니다. 그것은 차라리 기적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모두가 바로 우리 사회의 평범한 시민들이 일궈낸 기적입니다. 그 기부자 안에는 행상, 구두닦이, 국가지원을 받는 장애인, 영세한 자영업자등이 들어있습니다. 이들은 “나누지 못할 가난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 보아도 잘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노력했다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대목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미진함과 아쉬움이 전신을 휩싸고 있습니다. 이미 다른 재단과 모금기관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우리만 너무 요란을 떨어 언론에 장식되어 그 분들을 의기소침하게 만들지 않았는지 걱정입니다. 우리의 활동과 성과가 지나치게 침소봉대되고 자화자찬한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 그 소중한 기부자들에게 우리가 과연 성을 다하여 보답을 하였는지 때로는 되돌아보게 됩니다. 배분과정에 있어서도 우리가 미처 돌아보지 못한 분이 계신 것은 아닌가, 심사랍시고 하면서도 정작 절박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가슴이 졸여옵니다. 아직도 우리는 배가 고픕니다. 사회의 요구에 아름다운재단이 지금까지 해온 것으로는 역부족입니다. 한국사회에는 아직도 배곯는 아이들이 있고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경제적 소외뿐만아니라 문화적 소외도 심각합니다. 양극화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눈을 들어보면 우리나라 말고 저 바다 건너 아시아와 아프리카, 아니 바로 우리의 형제 북한과 이웃나라 중국에도 도움의 목소리는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이러한 목소리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리 남았습니다. 저희 임원과 간사들이 밤낮을 잃고 지난 5년간을 아름다운세상을 위해 분투해 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달려가야 합니다. 바로 우리 기부자님과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지고 성장해온 아름다운재단의 사명은 현재진행중입니다. 여럿이 그리고 함께 보다 더 인간적이고 삶의 질이 보장되는 사회로 힘차게 달려가겠습니다. [아름다운재단 5주년을 맞아 간행된 자료집의 서문으로 기고.게재된 글이다] "원순씨 글 수레 / 나눔과 희망" 분류의 다른 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