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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님, 2차 갑시다!"

2009/02/26 04:35



개인적으로 저는 김수환추기경님과 몇차례 회식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귀한 인연이었지요. 1980년대 후반 이른바 인권변호사 20여명을  명동성당 옆 수녀회 건물 지하 3층인가에 초청해서 저녁을 대접해 주신 것입니다. 수녀님들이 준비한 아주 깔끔한 부페였지요. 지하의 카타콤베 같은 신비한 분위기와 카톨릭의 장중한 분위기에서 회식은 시작되곤 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수녀님들이 만드신 밀주였습니다. 이걸 마시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다가 술 취한 변호사 한 분이 추기경님께 이런 소리를 했답니다. "추기경님, 2차 갑시다"라구요. 김추기경께서 크게 웃고 실제 2차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당시 양심수들을 위해 변론하던 변호사들을 사랑해 주시던 그 분의 면모가 드러나던 순간이었습니다.

또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답니다. 부천서 성고문사건이 터져 당시 안기부는 "이념적 냉혈녀의 조작"이라고 주장했을 때입니다. 그당시 저는 조영래, 황인철, 이돈명 변호사님등과 함께 명동성당의 추기경님을 만나서 진실을 설명드리고 그 사건의 희생자로서 감옥에 갇혀 있던 권양을 위로하는 글을 써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추기경님은 기꺼이 우편엽서에 글을 써 주셨고 그것을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물론 이 우편엽서는 인천교도소에 있던 권양에게 보내졌지요)추기경님도 권양과 진실의 편에 서 있음을 대외적으로 알리게 되었던 것이지요.

아마도 이런 이야기들은 아직 세상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인데 김추기경님 주변에는 이런 일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이제 그는 가고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 슬퍼하고 아쉬워합니다. 그러나 가신 분을 마냥 그리워하고 망연자실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오히려 지금도 그 분이 사랑하고 아끼던 가난한 사람들을 우리가 돕고 그 분이 지키고 찾고자 했던 사회정의를 위해 우리가 실천하고 나서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리하여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인간적이고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세상으로 만들어가야지요.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그런 단체에 회원이라도 가입하는 작은 실천이 더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명동성당 앞에 서 있던 수만명의 인파가 저는 다른 시민단체 뿐 아니라 희망제작소 사무실 앞에도 회원가입을 위해 서 있는 그런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답니다.


2009/02/26 04:35 2009/02/26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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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ttp://agneskino.myid.net/
    2009/03/12 22:04
    추기경님...저 수만명 인파를 희망제작소로 인수인계해 주시지 그러셨어요...^^

    세계적으로 어려워 민심이 흉흉한 이 시기에 가심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사랑'으로 다시 한번 이끌어 주셨다는 게 이번 선종에 대한 가장 유력한 해석이라지요....

    추기경님 어록 어딘가에 있었겠지만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오는데 70년 걸렸다'는 말...전 이번에 알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럼 난 죽기 전에 내려와 줄까... 아니면 머리에도 아직 없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박원순
      2009/03/12 22:15
      그러게 말입니다. 추기경님 보려고 줄섰던 그 인파들이 그대로 희망제작소 회원가입했으며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 속으로 했는데 차마 제가 쓰지 못한 것을 대신 써 주셨네요. 돌아가신 추기경님 추도해서 뭐합니까? 열심히 추기경님뜻 따르는, 그래서 세상을 한치라도 좀 더 진전시키기 위해 일하는 사람과 단체 좀 지원해 주면 안되나요? 이런 생각 솔직해 하면서 좀 서운하기도 했답니다.
  2. 겨울이 좋아
    2009/02/24 18:54
    추기경님과 박원순 변호사님 두분이 어딘가 닮으신것 같네요...ㅎㅎ
    • 박원순
      2009/02/26 23:41
      감사합니다, 그러나 추기경님과 닮았다니 추기경님께 불경한 말이 될까봐 입에 담기조차 힘듭니다. 그 분을 마음속에 흠모하고 따르려고 노력은 하지만 어찌 그 큰 산을 제대로 우러러 볼 수나 있겠습니까.
  3. 파랑새
    2009/02/24 13:23
    김수환 추기경님 모습에 캡틴박의 얼굴이 오버랩되네요.
    모두에게 존경받는 캡틴박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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