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인지 기억도 잘 안난다. 내가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맡고 있던 시절이었으니 아마도 1999년쯤이었을 것이다. 국세청 앞에서 시위를 할 일이 생겼다. 그런데 아뿔싸, 그 건물 안에 외국공관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나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에 따르면 외국공관이 있을 때는 그 건물로부터 100미터 안에서는 일체의 집회와 시위를 못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고심을 거듭했다. 그런데 이 법률 제 2조에 따르면 집회 및 시위라 함은 "2인 이상이" 모여 주장하는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 “시위”란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하는 행위를 말한다.
여기서 퍼뜩 든 생각은 1인이라면 집시법의 해당대상이 안된다는 것이다. 1인이 피켓팅을 하거나 소리쳐 주장을 해도 집시법이 규제하는 대상이 되지 않으니 자유롭다. 그래서 국세청 앞에서 이른바 1인시위를 하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1인시위로 등록된 순간이다. 이 시위는 수만명이 모인 것보다 더 위력이 있었다. 너무 신기하니까 모든 언론이 대서특필했던 것이다. 당시 요구했던 사안은 국세청장이 6개월만에 들어줌으로써 우리나라 최초의 시위는 승리로 마감하였다.
최근 서울시내에서 ‘4대강 죽이기 사업 저지 및 생명의 강 보전 범국민대책위원회’가 발족했다. 이 대책위는 시민사회계와 정계, 종교계를 모두 포함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공동의 대응 기구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범대위가 발족식을 마치고 행한 플래쉬몹이다. 대한문 앞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이 켜지면 4대강공사를 반대하는 문구를 써넣은 우산을 들고 퍼포먼스를 벌이다가 빨간불이 켜지면 물러나는 방식으로 아주 합법적이면서도 지나가는 자동차와 시민들이 즐겁게 바라보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를 본 어떤 이가 써 놓은 글을 한번 보라.
"오늘 플래쉬몹은 어느 날 보다도 상큼합니다. 파스텔톤의 4대강 삽질 반대 우산들이 대한문 앞 횡단보도를 뛰놀 듯 지나다녔고, 실제로 횡단보도 중간에서 한껏 폼을 잡다 파란불이 얼마 남지 않은 순간 허겁지겁 뛰어서 인도로 올라가길 수차례 반복합니다. 허둥대는 활동가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납니다. "
집회와 시위는 반드시 수만 군중이 모여 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혼자서 할 수도 있고 열명이 모여 할 수도 있다. 집회와 시위는 엄숙한 자세와 화나는 목소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즐겁고 부드럽게 할 수도 있다. 집회와 시위에 창조적인 방식이 개발되고 진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