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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공공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 젊은 예술가들의 그룹 프리즘<1편>

2009/04/01 23:42

<박원순의 희망탐사 92>

공공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 젊은 예술가들의 그룹 프리즘을 만나다

면담일시 - 2009년 3월 30일 오전 11시
면담인사 - 유다희(프리즘 대표)
면담장소 -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721번지 1층

“프리즘은 2003년 유다희 대표를 필두로 미술이 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진 미술학도가 중심이 되어 태어났다. 유다희 대표는 “미술 전공자로서 전시회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회의가 든 시절이었다”면서 “그때 아는 사람들 몇이 술을 먹다가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기로 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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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다가 시작한 프리즘. 이 작은 공공문화, 공공미술단체가 공공미술 분야에서 새로운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가 방문한 이날 일산에 있는 작은 사무실 안에는 사람들이 오골오골 모여 일하고 있었다. 20여평도 안되는 공간안에서 10명 이상이 모여 일하는 곳이었다. 모두 젊고 어린 사람들이다. 치열함과 열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공간이다. 이 공간의 대표 유다희씨를 일산의 작업공간에서 만났다.


공공미술가로서의 새로운 삶을 결심하다

- 그림 그리고 갤러리 전시하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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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나는 작업을 하던 작가였다. 어느 순간부터 그림 그리고 갤러리 전시하는 것이 무슨 의미 있는가 고민을 많이 했다. 언젠가 지하철 내부공간을 갤러리화하는 작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을 하다가 본격적인 공공미술을 하고 싶었다. 임옥상선생의 칼럼을 읽고 찾아가 이 분과 학생으로 잠깐 일하게 되었다. 미술하는 친구와 술먹는 자리에서 죽이 맞아 세명이 함께 만든 것이 바로 프리즘이다 벌써 6-7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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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로서 또다른 도전을 한 유다희씨 앞길은 시련 그 자체였다. 집에서 작업하다가 공원에서 회의하기도 하였다니 말이다. 이들의 작업이 방영된 KBS뉴스를 보고 우대건설이라는 독지가가 아름다운가게 행신점, 프리즘, 작가들의 작업실로 쓸 수 있도록 공간을 내주었다. 이런 후원으로 오늘의 공간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는 법이다. 이들이 처음부터 내세운 것은 이른바 '프리노마디즘'이다.

기존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부정하고 불모지를 옮겨 다니며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일체의 방식을 의미하며, 공간적인 이동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버려진 불모지를 새로운 생성의 땅으로 바꿔 가는 것, 곧 한 자리에 앉아서도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어 가는 창조적인 행위를 뜻합니다.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삶을 탐구하는 유목적 여행의 정신입니다.

그야말로 창조와 혁신, 무에서부터 유로의 창조의 작업인 것이다. 그 작업의 일환으로 최근 프리즘은 <아름다운물건전>이라는 프로젝트를 했다. 오픈스튜디오로서 어떻게 지역사회와 함께 할지 고민한 결과이기도 했다. 시민들이 새 것만 좋아하고 헌 것을 싫어하는 인식과 문화를 바꾸기 위해 헌 물건들의 오브제를 느끼게 해 보자는 취지였다고 한다. 남에게는 쓰레기 같지만 나에게는 보물이 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어떤 물건은 낡고 헐었지만 그것이 바로 5남매를 키운 소중한 물건이라는 가치를 인식시킬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아름다운가게 행신점과 함께 몇 년째 계속해 왔다. 올해는 이 프로젝트를 통하여 아름다운가게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천사님과 함께 진실한 이야기, 첫사랑의 이야기도 나누었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 작품, 전시를 벌이고 워크샵을 하면서 지역주민들은 아주 가까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되었다. 서로 오래 만났지만 내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이 기간은 그런 것이 가능한 과정이고 광장이었으며 채널이었다. 가게와 오픈스튜디오는 작품활동과 동시에 지역활동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한 후원자를 통해 고양시에 집단이주를 한 것이다.


전국에 공공미술의 씨를 뿌리고 다닌다

프리즘은 아주 독특하다. 보통 공공미술하는 사람들은 그 지역에 거주하면서 거점으로서 활동을 한다. 이에 반하여 프리즘은 곳곳에 씨를 뿌리는 팀이다. 전국의 각지에 씨앗을 뿌리면서 예술로 문화를 가꾸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공공미술이라는 수단을 가지고 지역을 일군다. 그녀는 "새로운 지역을 계속 만나면서 그 지역에서 읽지 못하는 것을 우리가 읽을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일본의 농촌마을에서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텃새 때문에 현지 지역만의 사람들로서는 안되는 일이 있다. 여러 지역에서 지방정부와 함께 사업을 하면서 아날로그와 예술가의 혼을 생각한다. 실제로 행정기관과 많은 일을 한다. 공무원들은 내일까지 뭐 완성해서 보내달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이 많다. 일정 기간동안 답사하고 조사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거북이다. 스케치에서 마무리까지 총괄하는 작업형식을 하나의 예술형태로 본다. 실제로 공원사업, 놀이터사업, 벽화사업 등 다양한 일을 하는데 컨셉 잡는 것에서부터 마무리까지 우리가 다 담당한다. 그 과정에서 많이 힘들지만 전국에 씨앗들이 퍼져서 싹트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지자체와 20개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프리즘이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공공미술이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지자체 공무원이나 시민들에게 작업을 이해시키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심지어 지자체 공무원 중에는 작업을 의뢰한 후 전문적인 미술 작업에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작업을 지연시키는 경우도 많았다. 또한 프리즘을 수익을 위해서 일하는 업체로 보는 경우가 많아서 활동가들의 힘을 빼놓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전국 지자체에서 이들을 찾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프리즘이 한 일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한해에 20여개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정도가 되었다. 많은 경험과 선례를 쌓았다.

2005년부터 구로구 수궁동을 가로지르고 있는 마을 방음벽에 주민과 함께 벽화를 그리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를 운행하는 광역버스의 시트 교체 사업, 안산 굴다리 벽화 사업, 용산 청소년 수련관의 공공공간 아티스트 작업, 전남 곡성의 400개 간판 교체 사업 등 굵직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몇 년간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곡성 간판 교체 사업은 주민과 공무원의 설득과 협조를 받기 위해 3~4개월 정도 소요되기도 했다. 늘 이렇게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기도 하지만 결국 좋은 관계를 형성하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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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와의 제3의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

-비영리단체의 보조금, 기업의 컨설팅 수수료를 넘어서서

지금은 11명의 상근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활동비가 정기적으로 나간다. 사회적 기업이라고 정부로부터 인건비는 지원받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예술적 가치와 전문성을 확보하고 싶어 오는 것이지 단순한 봉사자는 아니다. 안정된 삶을 보장받았으면 하는 희망도 있다. 아무튼 지금은 어렵게 어렵게 한 해 한 해 지내가고 있다고 한다. 한 단체를 만들어 운영해 본 사람만 아는 고통의 시간이다.

그러나 가장 힘들게 만드는 것은 역시 사업을 함께 해야 하는 공공기관들의 몰이해이다. 비영리단체로서 등록을 해 두었더니 너희들은 비영리단체로서 재료비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 사회적 기업이 되면 조금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했더니 또 업자취급하기도 한다. 사회단체에 대한 보조비나 기업의 세금영수증을 넘어 그냥 제3의 형태로 존재하고 싶다고 유다희 대표는 소망한다. 계약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싶은 것이다.


주민과의 소통, 주민의 참여가 프로젝트의 성공을 담보한다

프리즘은 한 사람의 유명한 예술가를 지향하지 않는다. 21세기 공공미술 작업의 새로운 형태는 공동작업과 토론이라고 본다. 함께 의논해가고 합의하고 실험하는 새로운 리더쉽을 가지는 그룹이 탄생하고 그 그룹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유명작가가 되는 흐름에 저항하는 것이 바로 프리즘의 시작이기도 하였다. 항상 가장 안되는 커뮤니티 중의 하나가 예술가들이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 공동작업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뿐만아니라 그 예술가들이 주민, 공무원, NGO와 함께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는 것은 만첩산중을 넘어가는 길이다.?

그 실례로서 그녀는 곡성 상가디자인 사례를 들었다.

작년에 곡성에 400개 상가를 디자인하였다. 일종의 간판사업이었다. 착수보고회를 하는데 주민들과 군수님도 사업에 대해 부정하는 발언을 하였다. 공포심과 욕망이 함께 교차했다. 디자인을 먼저 보여주지 않고 사전준비를 완벽히 하여 중간보고회 때는 모두 박수를 쳤다. 보통 도시설계를 하고 디자인을 할 때 먼저 비주얼한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러나 현지답사나 주민학교를 통해서 교육과 신뢰관계를 계속 쌓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디자이너 역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축제와 같은 공공미술 프로젝트 - 구로구 수궁동의 벽화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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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수궁동이 있다. 지하철이 도시 한가운데를 지나간다. 수도권에 이런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안산에도 있다. 수궁동 주민들로서도 흉측스럽게 동네를 가로지르고 있는 이 곳을 어찌할지 고민이었다. 우리가 처음 이 곳에 작업을 시작하려고 할 때 주민들은 펜스에 벽화를 그리는 것으로만 생각하였다. 처음에는 초중고생이 동원되다시피 왔는데 지금은 동장님까지 포함해서 주민들이 와서 일한다. 식사하는 자리에 자연스럽게 모여 다양한 이야기를 한다. 주민들의 발언이 터져나오고 이 작업은 축제와 같이 된다. 예술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주민자치위원이나 동장이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다음 단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공무원이 바뀌어도 주민들이 그 중요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해진다. 심지어 구청에서 나오는 돈 뿐만아니라 주민들도 주머니를 털어 돈도 낸다. 이렇게 해서 지금 5년째 일하고 있다. 속도보다는 이런 관계를 중시하니까 매년 100미터씩밖에 진전이 안되고 있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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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다희
    2009/04/08 11:53
    2009년 좋은 봄날, 좋은 사람들이 방문해 오셨습니다.

    나는 짧은 시간 나눈 이야기로,
    배설하듯이 뱉어 냈지만,
    누군가 들을 사람들이 있다는 자리,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멀리까지 와주신 자리, 감사합니다.
    • 박원순
      2009/04/08 14:54
      이렇게 블로그를 통해 다시 만나니 반가워요. 다희씨. 맞아요. 그날 다희씨는 거의 미친듯이 공공미술의 이야기를 쏟아냈지요. 사실 그동안 쌓였던 열정, 시행착오, 분노등이 그 얼마일지 감히 상상이 가는 시간이었어요. 공무원들을 상대로 해서 이만큼 오기까지 참 많은 고통의 세월이 있었다고 봐요. 그러나 기죽지 말고 그 열정 계속 이어가 아름다운 대한민국 만들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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