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희망탐사 91>예술마을 헤이리를 가다? 면담일시 - 2009년 3월 29일 오후 3시 면담인사 - 한상구(헤이리 사무국장) 면담장소 -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 539호? “헤이리는 하나의 큰 문화예술학교입니다. 미술, 영화, 음악 등 각종 창작교육기관이 만들어 질 것이며, 헤이리의 다채로운 콘텐츠를 기반으로 견학과 탐방교육의 공간으로도 충분히 기능할 것입니다. 문화와 예술, 학문과 사상을 토론·담론하는 강좌 또는 세미나가 많은 공간에서 펼쳐집니다. 헤이리는 새로운 사조의 문화예술담론이 인문학과 접목되는 최고수준의 지성적 공간으로 나아갑니다.”라고 자랑하고 있는데 실제 학교로서의 공간과 기능은 어떻게 자평하고 있나요? 원래의 취지대로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오는 분들이 그런 바램을 가지고 옵니다. 그동안은 교육기능은 소홀하였죠. 그렇지만 봄 가을에는 문화예술 도우미 도슨트과정, 큐레이터 과정을 열었어요. 봄.겨울방학에는 학생들을 위한 캠프를 열기도 했죠. 문화예술체험공간으로 이 마을 안에서 각자 원하는 곳에서 체험하고 함께 모여 밥도 먹고 토론도 벌이는 것입니다. 텐트치고 야영도 하였더니 아이들이 아주 좋아했습니다. 새로운 사조의 문화예술담론을 만든다거나 최고의 지성적 공간으로 만든다는 것은 앞으로의 목표입니다. 여기 입주한 사람들이 작품과 예술활동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이 충분히 정비되지 못했어요. 이제 이사온지 2-3년 되어 자리잡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지요. 정체성확보차원에서 그런 마을로 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더 구체화하고 실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창작마을이 만들어진 사례가 주변에 없습니다. 오랜 세월 여러 과정을 거쳐 기존의 마을에 예술촌이 형성된 곳은 일본과 독일 등 여러 곳이 있어요. 그러나 이 곳들은 따뜻하고 정겹고 시간의 흐름이 어느정도 쌓여 있는 곳이지요. 그러나 우리와 같이 맨땅에서 이렇게 새롭게 건설해가는 마을은 거의 없습니다. 개인에게는 제약이 너무 많고 전체로서도 진행하기에 힘겹습니다.?
축제때 각 공간에서 작품들을 저렴하게 팔고는 있는데 성과가 기대만큼 못합니다. 문화사업을 구상하고 실현하는 것이 힘들더군요. 소비자가 이해하고 호흡을 해 주어야 하는데 아직 안되는 부분이 많아요. 좋은 상품이 나오고 저렴하게 팔리면 문화예술애호가들이 좋아할텐데 아직 그런 정도의 생산물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 사는 미술인들이 30여명밖에 안됩니다. 조금 더 시간이 가고 좀 더 많은 미술인들이 늘어나면 미술시장으로서 또는 소통의 장으로서의 역할이 더 많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봅니다. 또한 “헤이리는 세계로 열려 있는 국제교류 문화예술의 창입니다. 세계의 문화예술 애호가들이 헤이리를 방문하고, 경쟁력 있는 우리 예술가들이 세계적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하는데 국제적 교류의 현황은 어떤가요? 의도적으로 국제교류는 하지 않았고 그럴 상황도 아닙니다. 축제 때는 미국이나 프랑스 작가들을 초청하기는 했죠. 파주와 교류하는 도시로부터 오는 단체들과 예술가들과는 교류는 적지 않게 했습니다. 일본의 하다노시라는 작은 지자체가 있는데 마을합창단이 왔었어요. 우리 헤이리오케스트라가 있어 그 반주와 그 사람들의 합창이 어우러지는 좋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올 가을에는 터키미술협회의 작가들이 70여명 오는데 이들이 파주의 미협작가들과 함께 교류전을 할 예정입니다. 외국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서 오는 사람들이 많아요. 1년간 45회 정도 왔으니 적은 횟수가 아니죠. 우리나라 지방도시들은 거의 빠짐없이 다 다녀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헤이리는 “주요기능 가운데 하나는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생태적 환경의 주거지가 되는 것”이라고 했는데 헤이리의 이런 생태적 개발은 만족스러운 정도인가요? 헤이리 마을을 만들어가는 데에는 많은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파주시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 10% 정도 더 강화되어 있지요. 파주시가 건폐율이 50%라면 우리는 40%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설계사가 설계를 내면 파주시에서는 거의 그대로 통과시키고 있습니다. 설계지침이라는 책이 있을 정도이고 그 지침에 의해서만 짓기로 되어 있습니다. 집이 앉을 자리가 미리 정해져 있지요. 3층 이하, 12미터 이하로 지어야 합니다. 재료도 대부분 물성을 느끼는 재료여야 하고요. 예를 들자면 콘크리트, 나무, 철, 신소재 등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건물 위에 페인트칠을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공장에서 나온 적벽돌은 사용해선 안되는 것이죠. 그러나 생태적인 부분은 좀 미비했습니다. 이번 총회에서 친환경편의성건축지침이라는 것을 다시 추가했어요. 특이한 것이 옥상에 정원을 만든다든가 벽에 넝쿨이나 이끼를 붙이면 건축면적을 좀 더 인정함으로써 친환경건축을 지원하고 장려하고 있습니다. 제종길 전 국회의원이 생태전문가입니다. 이 분에게 의뢰하여 헤이리의 생태상황을 조사.연구.대안마련을 추진했는데 생태학을 전공한 여러 명의 박사들이 참여하여 종합적인 보고서를 냈습니다. 여기에 늪지도 있고 수로도 있는데 그 조사결과 생물이 못살 정도로 썩어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도 놀랐지요. 그 물을 살리는 것이 첫째 과업입니다. 또한 마을에 나 있는 길에 가로수가 없는 상태여서 열섬효과가 나게 되어 있어 지금부터라도 대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가재가 살아갈 수 있는 생태적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헤이리에 들어서는 모든 설치물은 자연과의 조화를 고려한 예술작품으로 조성된다. 광장에도, 보도블록, 교량에도 예술적 심미안은 일관되게 투영되어 있다. 작은 다리 하나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현상설계를 통해 예술적 가치를 높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건축적, 경관적 고민이 너무 심각하게 진행된 것도 문제라고 한다. 살면서 아쉬운 것이 너무 지나치게 건축적인 접근만 한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나도 헤이리마을에서 다섯 번째로 빨리 입주하였는데 그 때 모임에서 나갈 때마다 건축 이야기만 나왔습니다. 건축이라는 무게가 처음부터 지나치게 작용됨으로써 큰 도움도 되었지만 부담으로도 작용했어요. 헤이리 마을에서는 도로에서 1미터 떨어져 건물을 짓게 되어 있습니다. 지침에는 그 사이에 아무런 식생을 안심게 되어 있지요. 건축가로서는 도시처럼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건물이 드러나 좋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집끼리 붙어 죽 이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사는 사람으로서는 삭막합니다. 집앞에 잔디나 나무를 심는 사람이 80%는 됩니다. 물론 지침위반이죠. 마을을 멋있게 만들겠다는 것이 오히려 큰 부담이 된 것입니다. 더구나 여기에는 인도가 없습니다. 차도와 붙어 있어 안전에도 문제가 있고요. 도시계획상에서 인도를 확보하게 해 주어야 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인도를 만들기가 힘들어요. 문제는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 도시를 만드는데 어려운 일이 어디 하나 뿐이겠는가. 이미 주차문제가 심각합니다. 지금 빈 필지에 세우고 있는데 건물들을 다 짓고 토지가 다 차면 큰일입니다. 14개 주차장이 있지만 다 세워도 1천여대를 못세웁니다. 건물은 보기 좋은데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은 고압적이라고 합니다. 이웃에 지어지는 집에 인사를 가면 너무 부담이 되지요. 담도 못 쌓게 함으로써 서로 소통을 장려하려 하지만 실제 건축물은 고압적입니다. 디자인이나 건축상으로 좀 더 친근하게 지어지면 좋겠어요.
사무국운영비가 3억 정도 들어갑니다. 어디서에서도 고정적인 지원이 없어요. 지금까지는 모두 자기 돈을 들여 했습니다. 집은 물론이고 길이나 토목공사도 모두 각자 거두어 했습니다. 광케이블도 깔고 하수도도 묻어야 했지요. 우리 마을에만 도시가스를 들여와야 하니까 공사비가 많이 들어갑니다. 15만 평 중에서 길이나 녹도 등 6만 여 평은 파주시에 기부채납했습니다. 앞으로 좀 더 큰 희망이 생겼습니다. 대학로와 인사동이 문화지구로 지정되었는데 최근에 헤이리도 문화지구로 고시되어 있지요. 이렇게 지정되면 문화부나 경기도에서 공식적으로 지원이 되리라고 봅니다. 그동안 주민들이 일일이 부담해야 했던 인프라 시설이나 미래발전을 위한 큰 프로젝트를 추진할 여력이 생겼어요. 그러나 한상구 국장은 “개인적으로 후회가 된다. 서울에 있던 집 다 팔아서 왔는데 계속 돈은 들어가고 끝이 없다”고 말한다. 여기에 공기도 좋고 자연도 좋아 무조건 선택했고 지기금도 그 점에서는 만족하고 있지만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너무 큰 재정적 지출이 있을 뿐만아니라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아이들 교육에서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음악을 전공하는 딸이 레슨을 받기 위하여 3년동안 예술의 전당까지 데려다 주며 다녔다며 이것이 자신의 고통만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이 곳에서 나간 사람까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예술가들이어서 서로가 생각이 강하고 때로는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이사장을 돌아가며 했는데 지난해부터 투표로 이사장을 뽑았다. 하기야 논밭과 도랑만 있던 곳에서 마을을 하나 만든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리라. 이미 늦은 오후가 되어 이 마을을 산책한 다음 저녁을 먹고 돌아오기로 했다. 여기에는 카페들은 있지만 식당이 별로 없다. 한식당 하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여기서 10여분 걸리는 곳에 프로방스라고 하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그리로 갔다. 이 쪽이 헤이리보다 더 땅값이 올랐다고 하면서 한상구 국장은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버는 꼴이 되고 말았다”고 탄식한다. 식당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테마공원같이 다양한 쇼핑과 식당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임진강 저 너머에 붉은 노을이 타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