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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모텔 위에 피어난 아틀리에

2009/03/22 22:28

<박원순의 희망탐사 90>



모텔 위에 피어난 ‘아틀리에’

면담일시 - 2009년 3월 21일 오전 11시
면담인사 - 배수철(장흥아트파크 대표)
면담장소 -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 8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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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퇴폐와 향락의 대명사로 불렸던 경기 양주시 장흥유원지다. 러브호텔 촌으로 오명을 얻었던 곳이지만 이제는 그 자리에 예술인들의 창작공간이 들어서 풍성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있다. 경기 평택시와 이천시에서도 폐교를 활용한 창작공간 마련, 기업의 문화공간 제공 등 다양한 형태의 ‘컬처노믹스’가 펼쳐지고 있다. 2006년 5월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에 장흥아트파크를 개관한 가나아트센터는 센터 옆에 24명의 작가가 입주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제1아틀리에’를 개관했다. 이 건물은 당초 러브호텔과 캬바레, 노래방이 있던 곳이다. 지난해 5월에는 술집과 카페 등이 있던 건물 한 곳을 추가로 매입해 ‘제2아틀리에’를 만들어 30명의 작가를 입주시켰다. 작가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임차료나 관리비를 내지 않고 마음 놓고 창작활동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한 잡지에서 소개된 장흥아트밸리의 모습이다.오늘 우리는 이 곳을 방문하면서 우리의 예술의 감수성과 지역활성화의 연관효과에 대한 상상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사실 난잡한 유원지를 아름다운 예술공간으로 개조한 것은 여기만이 아니다. 안양유원지를 조각과 예술의 공원으로 만들어낸 안양시의 사례도 특기할만하다. 장흥아트밸리의 경우 가나아트센터라는 유력한 예술기업이 주도권을 가지고 지방정부와 지역단체, 문화예술시설들과 함께 설득하고 힘을 합쳐 일궈냈다는 점에 특색이 있다. 도대체 이 러브호텔촌인 장흥유원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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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문화예술특구가 생기다
- 여러 문화시설들이 모여 아트 밸리가 되다

“전혀 다른 분야가 만나 시너지효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지론이다. 가까운 거리에 훌륭한 천문대, 농기구가 4만점 비치된 청암민속박불관, 장흥자생식물원, 아틀리에, 조각공원 등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이 모여 서로 협력을 하고 있다. 우선 1년에 한번 축제형태로 3일간 행사를 한다. 작년 재작년에는 10월에 했는데 올해는 5월 봄에 해보자고 계획하고 있다. 공동티켓제도를 도입하여 하나를 사면 다른 시설을 방문할 수 있다.”

우리 시대의 사상가 신영복선생이 자주 써 주는 휘호 중의 하나가 ‘여럿이 그리고 함께’라는 것이다. 아트밸리는 과거 장흥아트파크를 중심으로 이 일대에 산재하는 여러 문화예술시설들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상호 윈윈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그 중에 공동축제를 연다든지, 공동티켓제를 운영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좋은 시스템은 좋은 영향과 결과를 계속 낳기 마련이다. 배수철 관장의 말에는 더욱 신이 나 있었다.

이 곳에 위치한 여러 단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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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모여 좋은 활동을 하니까 이번에는 양주시에서 지원하겠다고 하였다. 특구를 하겠다는 것이다. 군당국과 이런 저런 논의를 하던 끝에 작년에 장흥문화예술특구로 지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술계에서 최초로 도시재생이라는 단어를 썼다. 미술을 통하여 도시를 재생시켜 보자는 것이다.“

복이 덩굴째 흘러들어온 것이다. 서로가 열린 마음을 가지고 일을 하다보니 이 일을 이해하는 사람이 늘고 다시 지원하겠다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시청에서 나서면서 이 지역은 이제 하나의 점이 아니라 면으로 확대되고 다시 시 차원의 프로젝트가 된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미술관 하나가 선다고 도시가 바뀌는 것이 아니다. 반경 10Km, 20Km 안에 있는 음식점 하나, 공간 하나 개발하면서 서로 네트워킹하는 것이 필요하다. 15년, 20년이 걸린다. 미술관 하나 생긴다고 100만, 1천만 관광객이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여기는 제일 골치거리가 망한 모텔들이다. 이것을 손대서 문화나 미술을 통해 재생시켜 보자는 것이다. 양주시청 공무원들과도 교류하고 예술과 도시재생에 관한 여러 자료들을 주고 받으면서 서서히 바뀌어갔다. 지금 양주시장이 2기 인데 아트도시를 표방하고 나섰다. 지금은 아파트 등지에도 예술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주민 먼저, 공무원 먼저

처음에 이것을 조성해서 사업계획서를 들고 지역주민들에게 먼저 설명했다고 한다. 흔히 이런 시설이 들어서면서 관과 추진하면서 민은 무시하기 일쑤이다. 주민들이란 늘 이렇게 객체일 뿐이었다. 그런데 주민들에게 먼저 설명회를 했다는 것이 사뭇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차라리 현명함이라고 해야겠다. 주민들의 이해와 동의, 참여가 궁극적인 성공요인을 배관장은 알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그는 시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다고 한다. 도대체 문화체육과, 도시계획과, 건설과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던 것이다. 굉장히 고민하다가 문체과로 갔다. 담당계장을 만났는데 사람을 너무 잘 만났다고 한다. PPT 40페이지를 다 듣더니 “내가 듣기에 적절한 사람이 아니다. 부시장님 하고 모아줄테니 다시 한번 설명해 주면 안되냐”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거야말로 배관장이 원하던 바였다. 그래서 부시장과 담당 공무원들이 현장에 나와서 들었다. 이번에는 부시장이“우리 양주시가 유치한 것으로 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단다. 공무원으로서는 성과를 중시하니 그 체면을 세워주면서 일은 급속도로 진전되었다. 너무 많은 힘을 받고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만약 “내 일도 아닌데 몰라요” 라고 담당 계장이 이야기했다면 아마도 이 사업은 힘들어졌을 것이다. 그리하여 무슨 지원을 받았는지 물어보았다.

우리 가나아트나 장흥아트센터는 주식회사이니까 정부로부터의 직접적 재정적 지원은 어렵다. 다만 주변의 인도공사를 해 주었다. 도로개선도 검토하고 있다. 주변의 간판이 무질서하다고 계속 이야기하니까 간판을 계속 바꾸어주고 있다. 아틀리에 하나를 양주시 돈으로 하자고 서로 협의하고 있다. 우리 생각을 믿고 지원하는 셈이다. 여기 60-70년대의 유원지가 하나 있는데 종합공원으로 만들었다. 방치된 야외수영장이 있는데 조각공원으로 바꾸어주었다. 천경자미술관도 100억 정도 하는데 시립으로 만들고 있다. 그것을 유치하기 위하여 로비를 많이 했는데 시장이 열심히 뛰어 양주시가 가져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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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색깔, 보도블럭 하나에도 신경쓰게 된 남양주시
-확산되는 아트도시의 비전과 칼러

양주시 인구가 20만이 채 안된다. 아파트단지가 4-5개 만들어지고 인구 40만을 위해 뛰고 있다. 아파트 건설과정에서도 우리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 건물 색깔에서부터 신호등, 보도블럭, 벤치 하나 하나가 모여 그 지역을 바뀐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를 지으면 인기가 없는 것이 맨 꼭대기층이나 1층인데 아티스트들에게 싸게 저리로 빌려주도록 유도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다. 여기 들어오면서 천경자미술관을 유치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1Km 떨어진 곳이다. 천경자미술관에 상응하는 문신선생을 포함한 근현대 미술작가들의미술관을 3개만 유치하면 좋겠다. 그 외에 3년에 걸쳐 식당을 유치하면서 끌어들이고 있다. 매뉴가 거의 국한되어 있다. 개, 닭, 오리가 그것이다. 주변의 음식점을 찾아다니며 토속음식을 개발하고 광고하는 것을 도와 준다. 기존의 뻔한 식당을 탈피하려는 의지를 가진 식당과 함께 행사를 했다. 올 5월에는 또다른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러브호텔에 다른 사람을 받지 말고 장흥아트센터가 소개하는 손님들에게만 사용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 센터에 오는 사람만 해도 최소한 그런 호텔 몇 개를 운영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미지를 바꾸어보자는 것이다.?


러브호텔이 레지던시 시설물로

지금 제1아틀리에, 제2아틀리에, 제3아틀리에가 조성되었다. 원래 모두 모텔이었던 것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위한 시설물로 바꾼 것이다. 공간을 구입해서 우리가 리노베이션했다.

반경 10Km 안에 90개의 러브호텔이 있다고 한다. 너무 많아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러브호텔을 가족호텔로 바꾸는 활동을 해 보자고 하여 재작년에 신청을 받아 가족들에게만 빌려주는 운동을 했다. 간판고치고 방 고치는 것을 양주시에서 지원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적극적인 행정이 안따르니가 원상태로 되돌아 가고 말았다. 그러나 러브호텔 소유자들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다. 한 방을 가지고 4-5번 돌렸다고 한다. 현금 세기가 바빴다는 것이다. 어느 모텔은 우리가 잘되니까 새롭게 리노베이션했는데 아주 잘되지는 않고 있다. 지금 시설에서 내부공사 조금한다고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커텐도 바꾸고 창문도 크게 내야 한다. 작가를 동원할테니까 비용을 대라고 하면 비용을 버거워한다. 이런 문제들이 아직은 많이 산재하고 있다.?


무명작가가 유명작가로 도약하는 발판이 되는 레지던시

공모,추천,초대를 통해서 여기 레지던시에 들어오는 작가들을 모집한다. 개인 개인에게 콜렉터, 화랑, 기업 등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스폰서를 구해 서로 매칭시킨다. 이 스폰서들은 관리비, 전세비를 내 주고 작가들에게는 스폰서들에게 작품으로 보답하도록 한다.

매니지먼트라고 하는 것이 결국 이들에게 먹고 살게 해 주어야 한다. 이들에게 국내외 아트페어에 나가는 기회를 준다. 1년에 한두번 작품에 관심있는 콜렉터들에게 딜을 해 드린다. 말하자면 오픈스튜디오라고 하는데 57명이 참여하는 오픈 스튜디오를 올 5월에 연다. 현재 57명의 작가들이 있는데 이들의 실력이 만만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외국인들이 스스로 찾아 온다고 한다. 철저하게 예약제로 운영하는 이 곳에 국내외의 미술관계자, 특히 유명한 뉴욕의 MOMA 등에서도 온다. 크리스티나 소더비 등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 홍콩 크리스티에서 히트를 친 홍경택작가도 이곳 출신이다. 아시아존에서 옥션을 할 때는 이곳 작가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단다. 홍콩의 메이저 언론사들, 일본의 언론사들도 대부분 여기를 다녀가고 취재를 했다. 언론사 문화부 기자들과 미팅하고 식사를 한다. 이것이 모두 작가를 위한 서비스이다. 최장 2년 정도 계약을 한다. 보통 1년을 하는데 적응하는데도 모자란다. 2년에 한번씩 전체가 참여하는 전시회를 한다. 작년에는 인사아트센터 전체를 빌려 40여명이 전시회를 열었다. 아틀리에보고전이 그것이다.


남은 과제들 - 여전히 주민이다

이곳을 전체적으로 장흥아트밸리로 조성해 보려는 배관장의 꿈은 야무지기만 하다. 단순히 꿈으로만 그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장흥아트센터의 이모 저모를 둘러보는 것만으로 충분하게 들기 마련이다. 그가 가꾸는 공간들은 하나같이 지역의 명물이 되고 명소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들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분이 인근에서 운영하는 천문대에 이 지역의 어느 이장이 찾아갔다고 한다. 이 이장은 “당신이 우리 석현리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이냐”고 그 천문대 소장에게 대들었다. 또 어떤 지역주민은 인근에 있는 자신의 땅을 사 달라고 요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지역에서 문화예술사업을 하기가 쉽지 않은 대목이다. 자신으로서도 큰 투자를 하고 희생을 해서 지역에 들어와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지역주민이나 지역단체는 늘 사시로 바라바고 있는 것이다. 함께 지역사뢰를 가꾸어가려는 노력대신에 이기주의가 판치는 것이다. 문제는 과거에 도시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오히려 지역주민들에게 폐를 끼친 경우가 많으니 주민들을 탓할 수도 없다. 이런 어려움과 수난을 거쳐 한 지역사회가 제대로 설 수 있으니 피해갈 도리는 없어 보인다.
2009/03/22 22:28 2009/03/22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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