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희망의 교두보를 만들자


프랑스의 사상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1831년 수개월간 미국을 여행한 다음 한권의 기행문을 출판해 냈다.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이 책에서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 단체들이라고 갈파하였다. 민주주의가 국가기관들과 그들의 분립과 균형만에 의해서가 아니라 시민과 주민들의 풀뿌리단체들의 참여와 감시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지난해 9월부터 3개월간 일본 각지를 여행하고 지역단체들과 그들의 활동을 돌아보면서 일본에서도 역시 토크빌이 지금으로부터 170년전에 발견한 현상이 그대로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보다 선진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는 이 나라들은 우리보다 시민사회의 외연이 보다 더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 1998년말 현재 공익활동을 벌이고 있는 법인의 숫자와 그 규모에 관한 통계자료가 그것을 증명한다. 공익법인의 숫자 26,380개, 공익법인의 연간지출액 1,780조원, 공익법인 직원수 54만명(전산업종사자수의 0.9%). 공익법인에 일하는 직원수가 각종 은행에 종사하는 인원수 50만명 보다 더 많다면 그 규모를 짐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불행히도 이것과 비교할 한국의 상황은 알 길이 없다. 일본의 경우 공익법인협회가 이러한 통계자료를 만들고 있을 뿐만아니라 공익법인의 설립에 관한 자문, 공익법인에 대한 세부담경감 노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협회조차 없다. 토크빌이 지적한 미국의 단체는 더할 나위가 없다. 그 가운데 재단의 경우만 하더라도 1996년 현재 41,600여개, 그 자산의 합계가 310조4천억원 가량이라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할 수 없다”는 말은 옛날 왕조시대에나 통할 수 있는 말이다. 지금은 국가가 국민의 사회복지와 삶의 질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국가가 모든 역할을 다할 수는 없는 법이다. 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단체들과 공익법인들의 역할은 국가의 그것에 못지 않는다.

    

[2001년에 쓴 글입니다. 어디에 발표된 것인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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