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8년 10월 네덜란드에서 열린 국제모금총회 참관 견문기를 시리즈로 연재합니다
네트워킹 리셉션 시간이다
14일 저녁에는 참여한 사람들끼리 서로 친목을 도모하고 인사를 하는 이른바 네트워킹 리셉션을 개최하였다. 사회자가 올라와 이 총회에 처음 참석한 사람, 가장 많이 참석한 사람, 가장 먼 나라에서 온 사람등을 다섯명씩 대화를 나누고 와인을 선물하는 행사였다. 나도 처음 참석했을 뿐만아니라 가장 먼 나라에서 왔다고 소개하고 와인을 한 병 따왔다.
15일 아침 플레너리(Plenary)는 자못 감동으로 시작하였다. 전체 참석자가 모인 가운데 전 세계 다섯명의 모금가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들려주는 자리였다(위 사진). 어둠속에서 나타난 발표자가 불빛속에서 말하고 그 뒤에는 큰 화면이 나타나 극적 성격을 더하였다. 처음으로 연설한 사람은 필리핀 출신으로서 뉴욕에서 진보적 재단인 노스 스타 파운데이션(North Star Foundation)을 만든 존 실바(John Silva)였다. 장중의 분위기를 완전히 잡아버렸다.
이번 총회에서 벌어진 다양한 강좌에 모두 참석하기는 불가능하였다. 전체를 헤아려보지는 않았지만 100여개에 이르는 강좌 중에서 겨우 10여개 밖에 들을 수 없으니 선택하기가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많은 강좌의 진행방식이 누가 일방적으로 강의하기 보다는 참석자들과 계속 소통해가면서 진행하는 경우였다(위 사진들).
처음으로 들은 것이 "고액 후원 유도- 성공을 위한 실제적 가이드 (Major Gift Solicitation - a practical guide to success)"였다. 주로 대학에서 근무하면서 거액모금을 해 본 가이 맬러본(Guy Mallabone)이라는 사람이 강사였다. 이 사람이 제시한 성공의 요소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①긍정적인 자세
②당신 자신과 당신의 이념을 스스로 믿어라
③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하라
④스스로의 동기화가 필요하다
⑤전문가로서의 외관을 갖추어라
⑥상호 소통과 확신
그가 제시한 또다른 거액모금의 자세는 이런 것이다.
①긴장하지 말라(relax) - 너무 긴장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대하라는 것이다
②자신의 자아(ego)는 문턱에 놓고 가라 - 말하자면 자신의 프라이드 따위는 버려라는 것이다
③구걸하는 것이 아니다. 이념과 꿈을 팔아라
④그 과정을 즐겨라
⑤자신감을 가져라
⑥거절과 질문에 준비하라 - 거절당할 수도 있으니 거기에 대해서도 준비하고 이런 저런 질문을 할 경우에도 잘 대답할 만반의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⑦거절당해도 관계는 강화된다 - 아무리 거절을 당하더라도 그 사람은 미안함을 조금은 느낄 것이고 그 자체로서도 다음의 요청을 위한 좋은 관계의 자산이 된다는 것이다.
이 사람이 한 말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투자자처럼 행동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모금가로서 구걸하거나 자선을 구하거나 사정하는 것이 아니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비전을 파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위대한 사업에 투자자를 구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참여한 강의는 "불쌍한 사람들이나 아이들을 내세우지 않고 공익을 위해 모금하기(without puppies or babies - raising funds for difficult & chanllenging causes)"라는 제목이었다. 제니 톰슨(Jennie Thomson)이라는 작달막한 여성의 강의였다(티셔츠 사진은 그녀가 강의 중에 소도구로 사용한 태국의 한 성매매 반대 단체가 만든 티셔츠). 한국의 시민운동단체들은 일반 자선단체와는 달리 시민들의 협력과 지원, 모금을 해 내기가 참 어렵다. 희망제작소도 마찬가지다. 세상을 바꾸어내려고 하는 거창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모금과 재정이 풍부해야 하는데 실제로 잘 안된다. 도대체 어떤 방법이 있는지 궁금해서 이 강의를 듣게 되었다.
결국 결론은 산토끼를 잡으러 가기 전에 집토끼나 잘 챙기라는 것이었다. 영어로 그녀는 이렇게 표현하였다. "deepening your donors' engagement."(후원회원들의 더 깊이 관여하게 만들어라) 수많은 단체들에는 그냥 걸어 들어왔다가 걸어나가버리는 회원(walk in walk out)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일회용 반창고로 한번 돈 내고 그 다음은 사라져 버리는 회원이다. 기부자가 한 조직에서 기부를 함으로써 찾는 것은 무엇인가. 그녀는 이렇게 질문하고 이렇게 답변한다.
①가시성/명확성(tangibility) - 뭔가 느껴지도록 만들어라. 회비만 내고 아무런 응답도 없고 소식도 없고 친밀감이 없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②투명성/책임성(accountability) - 단순히 애뉴얼리포트 만들어 보내는 것으로는 안된다. 그 기부가 도대체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그 돈가지고 뭐했는지를 보다 분명하고 선명하게 보여주어야 한다.
③열린 의사소통(open communication)
④가치 있게 여겨진다는 느낌(value is everything - a sense that they know me, value me, not just my money.) 나를 알고 단지 내 돈만이 아닌 나 자신을 가치있게 여긴다는 느낌을 가지게 하라.
UNHCR 모금 담당 크리스 이네스의 강의
그 다음 참석한 강의는 크리스 이네스(Chris Innes)라는 영국사람이 한 것이었다. 국제연합 난민고등판무관(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Refugees, UNHCR)에서 남유럽쪽의 모금을 담당하는 사람이었다(위 사진). 이 사람의 강의는 완전 만원이어서 조금 늦게 들어간 나도 바닥에 앉아 들어야만 했다(아래 사진).
참석자 만원으로 바닥에 앉아 강의를 듣고 있다
이 사람의 강의 제목은 개인 기부자 발굴(Individual Donor Development)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개인기부자를 처음 길거리에서 모으는 단계에서 나중에 거액기부를 하는 과정까지의 모든 과정을 하나의 캘린더화해서 과학적으로 운영한다는 점이었다. 그야말로 모금이 과학이고 예술이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위 크리스 이네스 사진 참조).